물, 축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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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더위를 식히기에 물만 한 것이 없었다. 선조들은 어떻게 물을 이용해 피서를 했을까?
뱃놀이부터 현재의 물 축제까지 물놀이 변천사를 알아보고 신나게 즐기는 유명 물 축제를 소개한다.

 권선근 사진 편집부, 국립중앙박물관, 국가기록원, 서울시청

PART 01

뱃놀이에서 물 축제까지

진화하는 소·확·행 물놀이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던 시절, 그늘 짙은 느티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냉수와 부채질로 더위를 쫓아야 했다.
하지만 한여름 무더위를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사람들은 서늘한 바람을 쐴 수 있는 산과 물을 찾아 물놀이를 즐겼다.

대동강에서 평안 감사가 베푼 화려한 뱃놀이 잔치 모습을 담은 단원 김홍도의 ‘평안감사향연도’.

곡물에서 탁족하며 유유자적하는 선비를 그린 낙파 이경윤의 ‘고사탁족도’.

더위와 여름 질병 물리친 유둣날의 물놀이

실학자이면서 풍류 대가이던 다산 정약용은 18년간의 귀양살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1824년 여름, ‘소서팔사(消暑八事)’라는 시에 여덟 가지 운치 있는 피서법을 소개했다. 숲속에서 매미 소리 듣기,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기 등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여름 더위를 이겨내자고 했다. 특히 월야탁족(月夜濯足), 즉 달 밝은 밤 개울에서 발을 씻자는 로맨틱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선조들이 불볕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공식적으로 시원하게 달랜 날이 바로 유둣날이다. 현대인에게는 조금 낯선 세시 풍속이지만, 1970년대까지도 유둣날을 즐기는 사람이 꽤 많아 동네에서 가까운 물가가 북적거리곤 했다. 유둣날을 보내는 모습은 계급과 성별에 따라 달랐다. 평민은 훌훌 웃통을 벗고 시원한 물놀이와 함께 민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먹는 천렵을 주로 했다.

양반에게 옷을 벗는 물놀이는 허락되지 않아 시원한 곳에 발을 담그는 탁족으로 만족해야 했다.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여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계곡 깊숙한 곳에서 머리를 감거나 몸을 씻으면서 하루 종일 물놀이를 즐겼다. 옛 선비들이 즐긴 여름 풍류의 백미는 선유(船遊), 즉 뱃놀이였다. 신라 시대와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 후기에 크게 유행해 양반뿐 아니라 국왕, 외국 사신도 즐긴 물놀이 중 하나였다. 서울 마포 지역 한강은 대표적인 뱃놀이 장소. 지위를 이용해 뱃놀이를 즐기는 경우도 있었다. 김홍도의 ‘평안감사향연도’는 새로 부임한 평안 감사가 달밤에 부벽루 앞 대동강에서 호화로운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담았다.

1960년대 동부이촌동 한강. 

1980년대 한강 수영장.

근대로 넘어오면서 해수욕과 수영 문화가 들어와 강변과 바닷가가 여름 행락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한강, 낙동강, 금강 등 강변에서 즐기는 물놀이가 피서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곡물에서 탁족하며 유유자적하는 선비를 그린 낙파 이경윤의 ‘고사탁족도’.

놀이와 피서 공간으로 탈바꿈한 한강

일제강점기를 거쳐 근대로 넘어오면서 해수욕과 수영 문화가 들어왔다. 그 영향으로 한강·낙동강·금강 등 강변이 여름 행락지로 부상했으며, 물놀이가 피서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부산, 인천, 원산 등 일본인이 밀집한 개항장을 중심으로 고기를 잡던 생업 공간인 바닷가가 ‘놀이와 피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초기에는 서양인이나 일본인을 위한 공간이었으나, 차츰 조선 사람들도 이를 즐기기 시작했다.

특히 한강은 교통 발달에 힘입어 여름이면 대중이 모여드는 곳이 되었다. 1917년 5월에는 인도교 준공을 앞둔 한강에서 거대한 시민 야유회를 열고,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해 본격적인 한강 물놀이 시대를 열었다. 이후 꽤 오랜 기간 여름 피서지 역할을 하던 강은 산업화 과정에서 오염됐고, 시민은 이를 피해 계곡을 찾아 고기를 굽고 백숙을 먹으며 물놀이를 즐겼다.

요즘은 갖가지 놀이 기구를 갖춘 워터 테마 파크가 물놀이 장소 영순위로 떠오른 가운데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마련한 각 지자체의 물 축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K-water 또한 각 지역의 든든한 동반자로 축제 기간 동안 댐과 강의 수량조절은 물론, 물문화관 광장 행사, 수돗물 시음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물 축제의 성공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 물 축제와 함께 시원한 여름을 즐겨 보자.

PART 02

물 위에서 펼쳐지는 신나는 여름

어디까지 가봤니? 전국 물 축제

시원한 물줄기가 마냥 그리운 물놀이의 계절.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는 물 축제가 휴가를 앞둔 관광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며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전국 물 축제를 소개한다.

정남진 장흥 물축제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 관광 우수 축제로 선정한 대표적인 물 축제, ‘정남진 장흥 물축제’. 야외 풀장, 뗏목, 카누, 우든보트, 수중 자전거, 바나나보트, 플라이보드 등 다양한 수상 액티비티와 이글루, 친환경 전기차 타기, 전통 놀이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장흥군이 자랑하는 탐진강 하천, 장흥댐 호수, 득량만 해수, 편백숲 우드랜드 등 청정 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테마 축제로 물과 숲이 선사하는 휴식을 누릴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K-water는 축제의 성공을 위해 물 과학 체험, 물 관련 기념품 증정 등 다양한 지원을 한다.

기간 7월 26일~8월 1일
장소 전남 장흥군 장흥읍 장흥로 21
문의 061-863-7071
홈페이지 festival.jangheung.go.kr

한강몽땅 여름축제

서울 시민의 쉼터인 한강에서 축제를 즐기고 싶다면 ‘한강몽땅 여름축제’를 눈여겨보자. 한 달 동안 열리는 이 축제는 3개 테마, 80여 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물과 맞닿은 한강’을 주제로 ‘한강수상놀이터’와 ‘한강물싸움축제’가 열리는데, 한강수상놀이터에서는 넓은 한강을 배로 가로지르며 더위를 식힐 수 있다. ‘다리 밑 영화제’는 한강 곳곳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무료로 최신 영화를 상영해 인기가 높다. 갑갑한 도심 속에서 잠시나마 자연을 만끽하며 달리는 마라톤 체험 ‘한강나이트워크’는 15km, 25km, 42km 코스로 구성된다.

기간 7월 19일~8월 18일
장소 한강 수상 및 한강공원
문의 02-120(다산콜센터)
홈페이지 hangang.seoul.go.kr

신촌물총축제

매년 여름이면 신촌 일대를 물바다로 만드는 ‘신촌물총축제’. 2013년에 시작해 올해로 7년째 열리는 신촌물총축제는 서울 연세로 차 없는 거리에서 물총을 쏘며 더위를 잊는 이색 여름 축제다. ‘축제로 대한민국을 더 즐겁게 만들자’라는 슬로건 아래 매년 새로운 콘셉트와 스토리로 대규모 물총 전쟁이 벌어진다. 물총, 비옷, 방수 팩 등 소소한 물품을 준비하면 축제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기간 7월 6~7일 오전 11시~오후 9시
장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로
문의 1522-9223
홈페이지 www.watergunfestival.co.kr

부산바다축제

한여름 밤의 열기를 시원한 바닷바람으로 날리고 싶다면 ‘부산바다축제’를 주목하자. 해운대, 광안리, 다대포, 송도, 송정 등 부산을 대표하는 해수욕장 다섯 곳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국내외 유명 가수가 출동하는 ‘나이스 풀 파티’, 대형 살수 시설을 구비한 ‘워터 카니발’과 외국인 DJ들의 경연 대회가 열린다. 이 외에도 재즈 페스티벌과 인디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기간 8월 2~6일
장소 부산시 해수욕장 일대
문의 051-501-6051
홈페이지 www.bfo.or.kr

PART 03

소망과 행운을 비는 행복한 물놀이

각양각색 세계의 물 축제

세계 각지에서는 오래전부터 강과 물을 이용한 축제가 열렸다.
동남아시아의 물 축제부터 문화가 꽃피는 유럽의 강 축제까지,
세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물 축제를 소개한다.

오랜 세월 동안 동남아시아 곳곳에서는 찌는 듯한 무더위를 잊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고,
물놀이가 흥겨운 물 축제로 발전했다. 동남아시아의 물 축제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물로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고 복을 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Myanmar

미얀마 틴잔 축제

4월 중 3~4일간 열리는 새해맞이 물 축제. ‘틴잔(Thingyan)’은 묵은 해는 깨끗이 잊어버리고 새해는 물로 정결히 씻어 맞아들인다는 의미다. 미얀마 국민은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차분한 편이지만, 틴잔 축제 때만큼은 백팔십도로 바뀐다. 지나가는 사람과 자동차에 무차별 물 폭격을 퍼부어 거리 곳곳은 물이 넘쳐나고, 모든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라고 하니 이 축제를 얼마나 고대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United Kingdom

영국 템스 페스티벌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런던에는 템스강이 있다. 런던 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템스강은 런던을 넘어 영국을 대표하는 명소다. 매년 9월 템스강에서는 다양한 음악·무용 공연과 미술 전시 등으로 구성된 ‘템스 페스티벌’이 열린다. 1997년 시작한 템스 페스티벌은 7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찾는 런던 최대 규모의 야외 축제로, 밤 9시쯤 시작하는 불꽃놀이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다.

Germany

독일 프랑크푸르트 박물관 강변 축제

매년 8월 마지막 주말 3일 동안 프랑크푸르트 마인강 변에서 열리는 대규모 축제로, 200만 명 넘는 방문객이 몰려 성황을 이룬다. 이 기간에는 프랑크푸르트의 모든 박물관에서 축제와 관련한 프로젝트와 전시회가 개최된다. 강변을 따라 대형 공연과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마지막 날에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피날레를 장식한다. 또 1,000여 개의 음식 판매 부스가 설치돼 각 나라의 특색 있는 음식도 맛볼 수 있다.

Thailand

태국 송끄란 축제

새해 첫날을 의미하는 ‘송끄란 축제’는 태국의 설날인 4월 13일부터 3일간 열리는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페스티벌이다. 새해를 맞아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고 복을 나눈다는 의미가 있다. 물총, 호스, 세숫대야, 바가지 등 갖가지 장비를 갖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시원한 물놀이를 즐긴다. 송끄란 축제를 즐기기 위해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든다.

왕이 타던 배를 필두로 무역선, 작은 배까지 다양한 배가 퍼레이드를 하는 베네치아 곤돌라 축제.

Italy

이탈리아 베네치아 곤돌라 축제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세계적 가면 축제로, 매년 9월 첫째 주 일요일이면 화려하게 장식한 곤돌라가 베네치아 대운하로 몰려든다. 축제 기간 동안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다양한 가면이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왕이 타던 배를 필두로 무역선, 작은 배까지 다양한 배가 퍼레이드를 한다. 하이라이트는 개인 경기와 마을 경기로 나누어 진행하는 곤돌라 경주로, 축제 열기가 최고조에 이른다.

Hong Kong

홍콩 용선 축제

매년 음력 5월 5일인 단오절(6~7월)에 홍콩 빅토리아 항구에서는 국제 용선 경기인 ‘용선 축제’가 열린다. 2,000여 년 전 중국 오나라에서 부패한 관료들에 항거해 강에 투신한 영웅 ‘취위안(屈原)’을 추모하기 위해 시작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홍콩 용선 축제는 화려하게 장식한 용선과 용선 경기는 물론, 맥주 축제도 열려 관광객에게 흥미로운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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